수리산성지는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께서 잠들어 계시는 성지(聖地)이며 신앙선조들의 옛교우촌입니다.

확고한 신앙과 복음정신으로 수리산 교우촌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사시다가 참혹한 옥중생활 끝에 순교하신 성인을 생각하면

지금의 신앙생활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큰아들 최양업(토마스)를 유학보냈다 하여 가혹한 형벌 끝에 자녀들을 세상에 남겨두고 남편을 따라 용감히 휘광이의 칼을 받으신 이성례(마리아) 순교자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여러분은 수리산성지를 순례하시면서 이곳이 어떤 성지가 되기를 바라십니까?

수리산성지는 최경환 성인의 가족들이 이웃들과 더불어 복음적 기쁨과 희망으로 살았던 신앙선조들의 옛신앙촌입니다. 총명함과 바른 인품을 지닌 최양업이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사제의 길을 시작한 한국교회 성소의 요람입니다.

박해와 환난을 당해서도 모두가 주님을 증거하기 위해 기꺼이 잡혀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뜨거운 믿음의 산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을 위하여 성인의 놀라운 증거의 삶을 본받고 배우도록 성인으로 하여금 순교하신 후에도 다시 이곳에서 안식을 누리도록 섭리하신 교회사에 빛나는 순교자의 사적지입니다. 이렇듯 신심깊고 다양한 복음생활의 옛터전, 이땅의 '나자렛'이 바로 수리산성지입니다.

수리산성지를 순례하는 모든 이는 순교성인의 뜨거운 순교정신과 신앙으로 하나된 성인의 가정을 본받아 자신의 복음적 성장과 가정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녀들의 올바른 신앙신심의 성장과 성소육성에 관심을 갖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르쳐야 합니다.

이 시대의 순교자로 거듭나려는 열망으로, 하느님사랑과 이웃사랑을 몸소 순교의 삶으로 보여주신 최경환 성인을 공경하고 본받는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삶에서 순교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를 담고 수리산성지는 순례지로서, 피정을 통한 영성생활의 수련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순례자의 마음에 평화의 은혜가 넘치고 삶에 용기를 주는,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순교자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순례지가 될 것입니다. '타볼산'과도 같이 아늑한 피정의 집에 고요히 머물며 하느님을 만나고 가정의 성화를 위해 하루 이틀 기도할 수 있는 성지입니다.
 

성인기념경당과 순교자박물관, 짜임새 있는 홍보관을 통해 누구라도 성지를 방문하여 신앙적 가치의 고귀함을 접할 수 있는 문화사적지입니다. 앞으로 수리산성지가 여러분들의 기도와 성원에 힙입어, 명실상부한 순례지로서 소정의 시설들을 갖추어 다양한 피정과 신앙교육의 장으로서 순교신심을 고취시키고 영성생활의 저변을 넓히는 순교신앙의 배움터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선조들의 신앙심만큼이나 깊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수리산자락에 아름답고 신심깊은 성지가 조성된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광입니까?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하고 변함없는 신앙의 터전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음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겠습니까?

이 모든 일은 성령께서 이끌어 주실 것이며, 천상의 계신 수많은 순교자들과 최경환 성인께서 끊임없이 전구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후원으로 감동적인 수리산성지를 다듬어 나가고 싶습니다.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